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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뜨는 밤

by 이혜연
달 뜨는 밤

도시의 외로운 가로등들이

밤을 억지로 깨워대기 전에는

작은 반딧불이에도

서로의 얼굴을 비추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의 달은 밤의 주인이며

어둠의 안내자였다


외로운 불빛들이 어둠을 숨긴 채

비틀거리며 걷는 밤


아직도 달은 저 멀리서

우리를 비추고 있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 때는 휘영청 밝은 달이 뜨는 날은 밤에 돌아다녀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은은한 연 노란빛으로 지붕을, 나무를, 담벼락을 비추며 밤을 지켜주는 달빛 덕에 마루에 앉아있으면 어둠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은 골목에서 동네친구들과 숨바꼭질하다가 이쪽으로 뛰어도 저쪽으로 뛰어도 달이 저만 따라오는 것 같아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잠깐 우주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있었던 때가 지나고 지금은 더 이상 달빛을 밟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새벽에 일어나면 가로등 불빛이 줄어든 하늘에 맑은 달빛을 보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엔 신비로운 문이 열리며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내 안의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곤 합니다. 그때 내 안의 작은 아이에게 달빛처럼 따스하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런 밤이 지나면 더 이상 어둠 속에서도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 요즘 달빛처럼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브런치의 유미래 작가님께서는 새해 첫날 저의 책 <오늘을 완성한 시간>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서평으로 남겨주시고 더불어 오마이 뉴스와 헤드라잇에까지 기고를 해주셨습니다. 저도 글을 매일 쓰지만 그렇게 마음 써주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알기에 더욱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마음을 전달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유영숙] [오후 7:09] https://headla.it/articles/EBhzEGMjnYrTehoJh-yYtQ==?uid=1de9f32d182646798eef510051c44e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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