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나고 난 뒤식어버린 해가
깊은 시름으로 그늘을 만든 길을
터벅 터벅 걷는다
온종일 놀고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과
퀭한 눈과 무거운 몸을 길게 늘어뜨린 내가
저녁 속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공방 옆
노란빛이 새어 나와
아직 지지 않는 눈꽃들을 물들이고 있다
사람들에 짓밟혔던 누더기 눈들이
빛을 받아 꽃처럼 피어나는 밤
축제가 끝나도 추억은 남아
오늘 밤 꿈길에서 또 만날 수 있겠지
함박눈이 내린 다음날, 날이 너무 포근해서 눈은 거의 녹고 해가 잘 들지 않는 그늘에 엉성하게 남은 것들은 초라해 보입니다. 이른 저녁, 공방에 노란빛 불이 켜지고 건물을 지키는 커다란 소나무가지에 앉은 눈이 어제의 눈부셨던 함박눈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축제가 끝나고 난 후가 가장 공허하고 쓸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제의 눈이 녹아 땅이 촉촉해지고 말랑해진 걸 보면 그 안의 봄의 씨앗들이 무사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땅 속에서 꿈을 꾸는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새로운 축제에 대해 기대하게 되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