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의 추위를 지나온 경험이 갑작스러운 한파에도 적응할 수 있는 내성을 길러준 듯합니다. 어제 내린 비가 길가 중간중간 웅덩이에 고여 살얼음으로 얼어있어 느슨해진 마음을 가다듬으며 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다 잠깐 웅크리고 앉아 웅덩이를 살펴보면 거기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예쁜 얼음꽃들이 피어있는 게 보입니다. 입술이 덜덜 떨리는 날에 피는 꽃. 숨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을 내쉬며 살아있는걸 눈으로 매번 확인되는 날들 속에 하얗고 날카롭게 바스락 거리며 눈꽃이 피어납니다. 차갑고 투병한 이 꽃은 모든 것들이 얼어있는 때에 피어나 계절의 수레바퀴를 돌립니다.
요즘 첫째가 바둑에 빠져있어 매일 바둑을 두자고 하는 바람에 오목만 두던 저도 바둑에 입문해야 할 판입니다. 뭐든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도전을 즐거워하는 편이라 다음 주엔 한자 7급 시험도 볼 예정입니다. 초등 1학년의 방학은 정말 쉴 틈이 없네요. 덩달아 두 배, 세배 바빠졌습니다. 초등 저학년을 키우며 개인전을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