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

by 이혜연
새 봄

어쩐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 느슨해진 서울의 풍경.

그리웠던 이들을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들이 빠져나간 곳에 헐거워진 외로움들이 텅 빈 거리를 서성이고 있다. 엄마와 이승의 탯줄이 끊긴 지 4년, 이제 돌아갈 집이 없다. 태권도장에서 매주 주말미션을 주는데 이번 주는 가장 많은 가족들과 사진을 찍어오는 일이었다. 미안하지만 이번 설은 똥그리 둘과 나와 신랑뿐이다.

넷이지만 외롭진 않다. 그리고 불러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연휴다.

또 언제나 일에 치이던 신랑에게 간만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 기간이기도 하다. 연휴가 시작되는 설렘과 느긋함이 이것저것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언제부터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날씨의 아이'도 보고 '서울의 봄'도 보려고 한다. 연휴 시작하기 전에 빌렸던 책 2권을 읽었고 이제 '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의 첫 장을 펼치려 하고 있다. 아무 곳에도 갈 곳이 없으니 우리 넷만의 넉넉해진 시간을 채워갈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엔 아이들과 텅 빈 놀이터에서 축구를 했다. 지치지 않는 똥그리들과 한걸음 뛸 때마다 삐걱거리는 늘근 부모의 웃음소리가 운동장에 가득 찼다. 그렇게 열심히 뛰다 잠깐 쉬는 시간에 아메리카노를 사서 산책을 하는데 놀이터 주변 단풍나무에 작고 붉은 봉우리들이 생기롭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무심히 겨울을 나는 것 같던 마른나무들에 물길이 트이고 가지 끝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모두에게도 새봄이 올 것 같다. 그때 더 아름답게 피어오를 수 있게 지금 충분히 행복해지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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