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여 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린 전염병 사스는 글로벌한 전염성 질환으로 2002년 월드컵만큼이나 핵폭탄급 사건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약 8개월간 774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몇 년 전의 코로나처럼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빙하기를 맞이했었다. 그때 나는 친구 3명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해외여행을 안 가니 항공권과 숙박이 반값이었고 각종 공연도 여행사 측에서 무료로 주었었다. 친구들과 나는 서로의 질긴 명줄을 믿으며 무식함과 용감함의 그 어정쩡한 어디쯤의 행운을 믿으며 영국으로 출발했었다. 그리고 도착한 첫날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갔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친구 3명은 병든 닭처럼 고개를 사정없이 끄덕이며 잠이 들었고 목숨 걸고 여행 온 것에 대한 보상으로 나는 눈을 부릅뜨고 마치 공연이 끝나면 시험이라도 치를 것처럼 뮤지컬을 봤었다.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었지만 공연의 화려함과 생애 첫 유럽여행이라는 설렘으로 너무너무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배낭여행 내내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대표적인 공연과 전시를 빠짐없이 보고 들으려고 밥값을 아껴가며 공연과 전시를 관람했었다. 그리고 그때, 나중에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공연이나 그림을 많이 보여주리라 다짐했었다. 그래서 이번 봄 방학엔 아이들과 각종 공연장과 전시회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봄 방학 첫날, 국립중앙박물관 용에서 '공룡이 살아있다.'를 보고 왔다. R석으로 좌석 미지정티켓을 예매했는데 연휴 끝에 첫 공연이어선지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매표소에서 특별히 VIP석으로 자리를 변경해 주셔서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를 코 앞에서 즐기며 생동감 있게 관람하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에게도 오늘 공연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이야기하기 바쁜 두 똥그리들이었다.
아이들이 공연을 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볼 전시장을 먼저 관람하고 디지털 전시관도 둘러보았다.
요즘은 뮤지컬 공연과 박물관에서도 디지털 전시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생동감 있고 화질도 더욱 선명해졌다. 디지털 전시장은 3관으로 되어있었는데 1관은 1795년 8일간의 화성 행차와 1796년의 화성 낙성연이 재연되었다. 성대하면서도 흥겨운 왕의 행차,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잔치, 일사불란한 군사훈련과 금강산 그림을 3D로 재현해 놓은 멋진 영상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전시를 보고 나오니 곳곳에 초등학생들이 도슨트 선생님들과 전시장을 오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방학을 맞이해서 시대별 전시장을 관람하며 역사 공부를 하는 초등학생들이었다. 중간중간 동선이 겹치게 되면서 수업내용을 듣게 되는데 정말 재밌고 흥미롭게 설명을 해주시는 모습과 도서관 곳곳에 앉아 퀴즈도 내고 유물에 대해 정리해 주는 모습이 좋았었다.
20년 전 목숨(?) 걸고 갔던 배낭여행에서 각 나라별로 박물관과 전시, 그리고 공연을 보고 다녔던 무식하고 용감했던 여행덕에 오늘 우리 아이들과 뜻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너무 감사한 하루였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오후 햇살도 더 길어졌고 볕은 더욱 따뜻해지고 있었다. 새로운 봄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 모두 행복한 봄맞이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