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때

by 이혜연
아름다운 그때

'아름답다'의 '아름'이 '나'라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나'다울 때 '아름답다'라는 말이 성립되는 거니까요. 아침에 아이들과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을 때, 올 들어 가장 아름다운 그러니까 가장 겨울다운 풍경을 맞이했습니다. 마법 같기도 하고 선물 같기도 한 그 풍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과 감사가 쏟아졌습니다. 흉물스럽게 건물과 건물을 잇던 전깃줄마저도 하얗고 아름다운 줄을 만들고, 빈가지 가득 피어난 겨울꽃들은 희뿌연 하늘과 배치됨이 없이 가장 겨울답게 꽃피어 있었습니다.


만물은 모두 자기만의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돼지, 소, 말도 그렇고 하늘, 바람, 구름도 저마다의 뜻이 있습니다. 시간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아침은 분주함과 시작이 주는 설렘과 기대가 있고, 저녁은 쉬어도 좋다는, 조금은 내려놔도 괜찮다는 위안과 위로가 있습니다. 투명하게 바람에 흔들리는 벚꽃과 코스마스가 있고, 두텁게 색을 켜켜이 쌓아 묵직하게 피어나는 모란과 달리아 있습니다. 그렇게 저마다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 채 아름답게, 나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편안케 유지하는 '나', 끝없이 성장하고 싶은 '나', 온 마음으로 이 생을 사랑하고 싶은 '나', 그리고 즐거웠던 소풍을 기억하며 떠나고 싶은 '나'가 있습니다.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겨울나무 곁에 아직 누구도 밟지 않은 샛길을 걸으며 내 뒤를 따르는 지난 발자국들을 돌아봅니다. 나는 정말 나답게 걷고 있는지, 세상 속에서 나만의 꽃을 피우고 있는지 묻고 물어지는 겨울날, 홀로 길을 내어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비가 내리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