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by 이혜연
봄 마중

겨우내 한뎃잠을 자던 라일락 나무 사이로

노란 햇살이 물길을 깨우는 날

가지 끝으로 솟은 작은 횃대 같은 꽃 울대에서

들리지 않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봄의 생명소리가 폭죽처럼 터진다


빈가지 어디에서

얼어붙은 땅

어느 쯤에서부터 온 것일까


먼 길을 쉬지 않고

마치막 하게 따스해진 날

바람이 누그러진 바로 오늘을 기다려

꽃대를 피워내는 저 많은 생명들이

봄을 부른다


자고 있던 희망아

움츠려 들었던 소망들아

일어나자, 걷자

그리고 힘껏 뛰자

모두 봄 마중 가자



놀이터가 이렇게 활기찬 곳이었다니..


텅 빈 놀이터를 온종일 셋이 놀 때도 있었다. 북풍한설이 삭디 삭은 늘근 에미의 몸을 난타할지라도 하루도 쉬지 않고 놀이터에서 놀던 우리 똥그리들만의 고요한 외침으로 넘실대던 놀이터에 3월의 꽃바람이 불어와 왁자지껄한 놀이터가 되고 있다. 이렇게 신나는 공간일 수 있었구나. 앙증맞은 손과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바람에 콧구멍 밑으로 콧물이 줄줄 나고 여물지 않은 볼이 발그레 트기 일보직전이어도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모두의 축제. 봄이 넘실대고 있다. 폭죽 같은 웃음꽃이 나무보다, 풀보다 먼저 아이들의 얼굴을 홍조로 물들이며 피어나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오늘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걸 놀이터 지킴이를 하며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원 없이 뛰어다니며 서로가 서로를 원하길 바란다. 산다는 것은 때론 웃음, 많은 날들은 괴로움을 견디는 날들이 되더라도 오늘 웃은 웃음 한 자락이 동아줄처럼 고통의 날들에서 너를 구원해 주길 원한다. 그러니 이 봄, 벚꽃보다 환하게, 매화보다 향기롭게, 민들레보다 더 강한 생명력으로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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