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무성히 자란 상추와 열무를 비를 맞으며 옮겨 심었건만 시기가 잘 못 된 것인지 열무는 모두 죽고 옮겨 심은 상추도 시들시들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뿌려놓은 상추는 실하게 커갔고 시금치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자랐습니다. 아욱도 푸릇푸릇하게 커가고 오이는 작은 몸짓에 노란 꽃대를 달고 그새 넝쿨을 키웠더군요.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아이들 바둑수업이 끝난 늦은 오후에 텃밭으로 갔습니다.
다른 밭들은 풍성하게 자란 상추들이 즐비했고 감자도 잘 자라 전문 농부의 손에서 자란 것이 확실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뭔가 조금 부족한 주인들의 손이 어설펐는지 다른 밭들에 비해 엉성한 우리 텃밭이 조금은 창피했지만 하나씩 배우며 모자란 부분을 채워볼 생각입니다. 다행히 아주 풍성하게 자라준 시금치 덕분에 체면치레를 하고 다른 밭주인들과 인사하며 퇴비는 뭘 쓰는지 모종은 어디에서 사는지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모종의 연대감이 생기는 것인지 처음 만난 사람들도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처럼 언니동생하며 작물 키우는 법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오늘은 고추모종 30개와 땅콩 하나, 옥수수 2개를 심고 왔는데 다음 주에 갈 때는 모두 새로운 땅에 잘 적응해서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