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처럼 내리는 비에 갇혀 하루종일 빈 텃밭을 보자니 어렸을 적 이맘때 생각이 어제일처럼 떠올랐습니다. 어린 내 손까지 빌려야 할 정도로 바빴던 오월에 하릴없이 오뉴월 감기까지 걸려 운신이 어렵습니다. 덕분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마음껏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엄마라면 고추모종 옮겨 심고 고구마 심어놓고 모내기 준비하는 이때 내리는 비를 단비라며 고마워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버이날이 코앞이라 자식들 내려온 이웃집 담장너머에 두런두런 이야기소리가 들려올 때면 아무것도 심어져있지 않은 시골집 텃밭처럼 허전한 마음 가눌 수가 없습니다. 텅 빈 마당 가득 커다란 빗소리가 가득 울리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