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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15. 2024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오월은 각종 행사가 많아 매주 이벤트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신랑과 한강의 유채꽃을 보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로 일정을 짜고 아침에 김밥을 쌌습니다. 사 먹는 김밥엔 햄과 신랑이 싫어하는 단무지가 들어있어 집에서 쌀 때는 맛살과 시금치, 오이, 당근을 잔뜩 넣고 어묵을 얇게 채 썰어 깻잎을 깔고 야채김밥을 만듭니다. 그러면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그렇게 늦은 아침을 먹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한편에 피어있는 야생화들을 드로잉 하다가 먹구름이 오는 시간에 반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비를 머금은 구름은 우리 차보다 더 빠르게 서울 하늘을 덮어가고 있었습니다. 한강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강바람은 추웠고 비도 거칠어 도저히 유채꽃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한강을 왔으니 라면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비바람 속에서 덜덜 떨며 라면을 먹고 언 발에 오줌 누듯 추운 몸을 녹이고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웬걸... 오늘은 법정 공휴일이라서 도서관은 문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할 수없이 장대비를 뚫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호박과 감자, 고구마를 채 썰고 양파, 대파, 마늘 조금을 넣은 야채 전을 푸짐하게 만들어 세입자분들과 나눠먹었습니다. 살림하는 사람에게는 차리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놓는 것이지만 혼자 자취하는 사람이 비 오는 날 전을 해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다들 너무 좋아하며 드셨지요. 


오늘, 원래 하려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만 덕분에 비 오는 날 부침개를 맛있게 나눠먹었으니 또 다른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날이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계획했던 일들이 누가 준비해 둔 것처럼 순서대로 착착 진행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세상 모두가 돌아선 듯하고자 하던 모든 일이 어긋날 때도 있지요. 하지만 계획이 틀어진 날에도 뜻밖의 행운은 존재한다는 것을 가끔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때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낙담하게 되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샛길이 더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면 실패한 스스로에게 '그래도 괜찮아'라고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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