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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24. 2024

새벽 다섯 시 반의 사람들


내게 새벽은 하루가 시작되기 전, 아직 미명의 고요가 발목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시간이었다. 마우스 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냥감을 찾듯 오늘의 사진, 생각거리, 일용할 소재를 구하며 세상의 찰나를 휘저어 대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다 보면 어느새 둥실 아침해가 떠있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여느 다른 날과는 다른 시작을 했다. 

 새벽 4시 50분에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정장을 갖춰 입고 힐을 신고 지하철을 탔다.


새벽 5시 30분.

생각보다 간격이 넓은 지하철 배차시간.

그 시간만큼 가느다란 선로 위, 오늘의 시작선에 차차 사람들이 늘어났다. 홀로 깨 있는 줄 알았던 그 시간에도 다른 많은 이들은 하루의 출발선을 끊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적이는 지하철에는 여러 풍경이 있었다. 시작의 설렘, 금요일의 들뜸, 여전히 반복되는 것들의 지루함, 그리고 아직 덜 깬 어제의 밤이 꾸벅꾸벅 아침잠을 부르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재미가 새로웠다. 그렇게 6시 30분에 조찬 모임 장소인 강남 더 케이 호텔이 도착했다. 오십 명이 넘는 각 분야의 ceo들이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좋아하는 커피가 간단한 견과류와 함께 세팅되어 있어 좋았다. 모임의 좌장들의 주중성과와 서로의 비즈니스에 기여한 부분들을 나누고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자기 사업소개가 이어졌다. 초시계를 켜고 정확히 40초씩 스피치를 하는데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사업을 어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지터 데이라고 해서 나처럼 처음 오는 분들도 많아 그분들은 20초간 자기소개를 했다. 한 분, 한분 그 분야에 최소 3년, 많게는 30년 경력의 사장님들이었다. 공간대여하시는 분, 갤러리 운영과 건물 야외 조형물 설치에 관한 사업을 하시는 분, 은행지점장등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이렇게 이른 아침에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은 정말 새로웠다. 그리고 그만큼 현장의 열기도 뜨거워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 났다. 그렇게 서로의 사업과 애로사항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8시 30분 폐회시간을 훌쩍 넘겨 9시까지 회의가 이루어졌고 호텔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오늘은 10시 발명수업이 있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식사까지 하고 나니 수업시간에 40분을 지각했다. 오늘은 실습을 하는 날이어서 앞부분 설명을 듣진 못했지만 디자인을 따와서 부채와 휴대용 물병을 만드는 것까지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아침을 준비하고 신랑과 아이들 식사를 챙기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미어캣처럼 바라보는 날들만 반복하다가 오늘처럼 전혀 다른 시간을 사용하게 되고 새로운 만남들을 갖고 오는 날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지고 뭔가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경험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 하지만 그만큼 피곤하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온다는 것, 그건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만나지고 그 인연을 다 풀어내는 게 이번 생이라면, 앞으로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다른 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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