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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25. 2024

오래된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어렸을 때 만화로 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 2~3년 전 책으로 읽게 되었을 때 영상으로 보았던 느낌과 전혀 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고 그때부터 내게는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가능하다고 믿는다면요."


불확실한 일들에 믿음이 없이는 꾸준함으로 밀고 나갈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수혈해 가며 오늘을 완성해나 가는 날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자꾸 위축되려는 스스로에게 기운을 넣듯 새로운 곳에서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그림을 가져다주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피곤해서였는지 환승해야 할 동작역을 훌쩍 지나 목동까지 가버려서 한참을 다시 돌아 4호선으로 갈아탄 뒤 성신여대입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vvs museum 카페에서 100명의 작가들이 한 작품씩 전시를 합니다. 텃밭을 들러 잡초도 제거해 주고 맛있는 상추와 아욱도 잔뜩 따온 후에 지하철을 탄 거라 도착했을 때는 늦은 오후였습니다. 오후 3시이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올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카페에 와서 커피는 필수라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스콘을 주문하고 그림을 전달했습니다. 


먼저 오신 분들의 그림이 일렬로 서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작품들과 고유의 개성들이 보여서 재밌는 전시가 될 것 같았습니다. 카페에서 그림을 세팅해 주시기 때문에 어디에 제 작품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이야기의 그림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도 있고 커피와 빵도 맛있어서 기분 좋게 그림을 맡기고 돌아왔습니다. 


요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시리즈를 그리고 있는데 카페 사장님도 엘리스를 좋아하시는지 곳곳에 토끼와 엘리스 피겨, 엘리스 그림이 있어 참 신기한 인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래간만에 혼자서 천천히 커피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언젠가 이런 커피숍을 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당신의 필요에 따라 당신의 행동을 이끌어 보세요"라고 체셔 고양이가 말했던 것처럼 결국 나의 작은 걸음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 거야."라고 말한 엘리스처럼 스스로의 행복을 결정한 한걸음에 감사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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