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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26. 2024

폭풍이 오기 전

폭풍이 오기 전 

지난주, 연이는 스케줄을 소화하며 바쁘게 지내서인지 일요일 아침은 정말 납덩이로 눌러놓은 듯 침대 깊숙한 곳으로 한없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파릇파릇 돋아나는 아이들은 왕성한 혈기로 이불속 깊이 박혀있는 엄마를 기어코 파내고야 맙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일어나 무거운 아침을 맞이하고 아이들과 아차산 숲 속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마법천자문을 읽었고 저는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퍼스널 MBA를 읽었습니다. 

가끔씩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파릇한 오월의 나뭇잎들의 춤사위에 넋이 빠지기도 했지요. 장미축제가 한참인 요즘이지만 숲은 수국과 엉겅퀴, 개망초, 뱀딸기등 다양한 꽃과 열매로 잔치가 열려 있었습니다. 


유아숲에서 나무블록을 맞추는 둘째

한참을 읽다가 둘째와 함께 도서관 뒤편에 있는 유아숲에 가서 함께 놀았습니다. 삼각형의 나무블록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면 제가 옆에서 '그건 무엇을 만든 거야?' '어떻게 활용하는 거야?' '어디가 코야?' '어떤 부분이 좋았어?' 마을을 만들었을 때는 '어떻게 택배를 받을 수 있어?' 등등의 질문을 하며 아이의 상상을 구체화하면서 체계화하는 과정을 할 수 있게끔 보조역할을 하며 놀았습니다. 아이는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 자신의 작업에 대한 것들을 더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 블록 하나로 30분 이상을 함께 놀고 있었는데 일기예보보다 먼저 빗방울이 떨어져 급하게 산을 내려왔습니다. 


피곤해서인지 어깨가 평소보다 더 아파서 오늘은 그림이 조금 허술합니다. 조금씩 쉬어가며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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