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듯 바람이 거칠고 음산했던 밤이 지나자 말갛게 갠 하늘과 본격적으로 뜨거워진 햇살이 눈부신 여름이 온 듯합니다. 아이 둘이 학교를 가고 어색한 신학기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요즘은 일찍 일어나 옥상 위에서 키우고 있는 고추들도 살피고 학교 옆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 짧은 잡기놀이를 한 후 씩씩하게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놀이터를 몇 바퀴 뛰고 혼자서 작은 소나무 언덕을 맨발로 걷습니다. 운동화로 딛는 땅과 맨발로 걷는 흙의 느낌은 천지차이입니다. 어제의 비로 촉촉하고 부드러워진 공원을 걷다가 땅 위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소나무 뿌리에 발을 대고 지그시 누르며 발마사지도 합니다. 놀이터에는 공용 수도가 있어 맨발 걷기 후 발을 씻고 밴치에 앉아있으면 시원한 오월의 바람이 한줄기 지나가며 머리를 간지럽힙니다. 그때의 평화... 그 평온한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눈을 감고 나무가 주는 그 모든 선물을 음미하고 나면 가지고 온 챙 넓은 모자를 다시 쓰고 자전거를 탑니다. 그렇게 여름을 맞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