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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27. 2024

여름의 그늘 아래

여름의 그늘 아래

몇 해전 사둔 

챙 넓은 모자

들끓기 시작한 햇살 속에서 

그림자 하나 만들어 

바람 한줄기 들이며 간다


어느 강가에서 하늘거리던 

그때의 노래를 기억하는지 

뜨거워진 머릿속을 식혀주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뜨거운 그늘 아래로 

여름이 간다  



태풍이 지나가듯 바람이 거칠고 음산했던 밤이 지나자 말갛게 갠 하늘과 본격적으로 뜨거워진 햇살이 눈부신 여름이 온 듯합니다. 아이 둘이 학교를 가고 어색한 신학기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요즘은 일찍 일어나 옥상 위에서 키우고 있는 고추들도 살피고 학교 옆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 짧은 잡기놀이를 한 후 씩씩하게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놀이터를 몇 바퀴 뛰고 혼자서 작은 소나무 언덕을 맨발로 걷습니다. 운동화로 딛는 땅과 맨발로 걷는 흙의 느낌은 천지차이입니다. 어제의 비로 촉촉하고 부드러워진 공원을 걷다가 땅 위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소나무 뿌리에 발을 대고 지그시 누르며 발마사지도 합니다. 놀이터에는 공용 수도가 있어 맨발 걷기 후 발을 씻고 밴치에 앉아있으면 시원한 오월의 바람이 한줄기 지나가며 머리를 간지럽힙니다. 그때의 평화... 그 평온한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눈을 감고 나무가 주는 그 모든 선물을 음미하고 나면 가지고 온 챙 넓은 모자를 다시 쓰고 자전거를 탑니다. 그렇게 여름을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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