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익어가는 시간

by 이혜연
색이 익어가는 시간

아침인데도 햇살이 제법 뜨거워졌다. 그늘로 들어서면 냉수처럼 시원했던 바람도 미지근한 미온수처럼 힘이 없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덕분에 옥상에 심어둔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몇 주 전에 고향집에 다녀온 동생은 저번에 서울 오기 전 마당에 심어둔 감자. 고구마, 옥수수도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돌보는 사람 없어도, 빈 집을 흔들고 가는 바람과 조석으로 햇볕을 들이고 그늘을 만드는 신은 자신의 모든 창조물들을 차별하지 않고 성장시키고 이 땅 위에서 만나게 되는 찰나의 생을 응원하나 보다.


여리디 여린 잎들이, 얇은 비단처럼 나풀거리던 꽃잎들이 강렬해진 햇살 속에서 색에 색을 더하고 있다. 여름. 우리의 강렬하고 뜨겁고 두터운 빨강이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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