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아요요즘 빠져있는 노래가 있다.
"우리의 에피소드가
찬란하게 막을 연다
배경은 너의 집 앞
첫 데이트가 끝난
둘만의 에피소드가
참 예쁜 얘기로 시작
자작자작 조심스런 대화"
이무진의 <에피소드>라는 곡인데 목소리톤과 말하듯 부르는 노래가 중독성이 있어 혼자 있을 때도 가끔 흥얼거리게 된다.
어제 신랑과 아이들과 함께 신혼 생활 2년을 보낸 우리 원룸 근처에 갔었다.
싱글일 때 싼 가격에 산 오피스텔은 통창이 있어서 저녁이 되면 하늘에 가득 찬 노을을 볼 수 있었다. 낡은 오피스텔이었지만 조금만 손 보면 좋을 것 같아 무작정 근처를 돌아다니다 빌라를 새로 짓는 공사장에서 인테리어 사장님께 부탁해 벽을 헐고 베란다를 거실 문으로 연결해서 얻은 노을 뷰였다. 거기서 혼자서 가야금도 연주하고 산책도 하며 즐겁게 보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 오피스텔은 자연스럽게 신혼집이 되었었다. 레이에 신랑의 단출한 옷가지들을 싣고 와 함께 옷장을 공유하면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었다. 신랑도 짐이 별로 없었고 나 또한 짐이 많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이다. 바로 앞에 성내천이 있어서 저녁이면 함께 산책도 많이 했고 주말이면 자전거 타고 한강도 자주 갔었다. 근처엔 높은 아파트도 없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화훼단지가 늘어서 있어 함께 손잡고 꽃을 사러 다니곤 했었다.
그렇게 한적한 도시 변두리였던 곳이 이젠 곳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화훼단지는 몇 집 빼고 모두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성내천은 나무도 커지고 수생식물들도 풍성해져서 더 아름다워졌더. 아이들과 함께 예전 그 산책길을 나란히 걸으며 우리의 첫 만남과 신혼 초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낀다. 이무진의 노랫말처럼 자작자작 조심스러운 대화를 하며 이 길을 걸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아이들 이야기로 서로에게 감사하게 되는 날들이 온 것이다. 다만, 노래는 슬픈 엔딩을 이야기했지만 우린 아직도 '참 예쁜 얘기'로 네 명의 에피소드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다르다. 이렇게 쭉 서로가 서로의 좋은 이야기가 되어 함께 생을 공유하고 싶다.
https://youtu.be/EmpLQFrZ9 sY? list=RDEmpLQFrZ9 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