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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더 유심히

by 이혜연
유심히, 더 유심히

요즘 아이들 수학을 가르쳐주려고 열심히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내게 육아에서의 제1원칙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가 이다. 젊었을 때부터의 나만의 꿈이기도 했다. 삼국지를 읽을 때도 유비나 조조가 부러운 게 아니라 제갈량이 너무 되고 싶었다. 바람을 읽었다거나 사람의 마음을 통찰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너무나 탐이 났었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에게 질문하려고 하고, 궁금한 것은 함께 탐구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는 멀티라 체력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인성이 덜 갖춰진 나 자신의 한계점이 큰 장애물이 되곤 했다. 그러다 경제신문을 통해 함께 공부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생각만큼 아는 게 없어 힘들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을까, 어떤 공부를 더해야 할까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무시, 변화, 관계를 키포인트로 하는 깨봉수학을 찾아보면서 조금씩 모든 것을 엮을 수 있는 실을 발견한 것 같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서른에 처음 서울로 와서 집도 절도 없을 때 무작정 2년 동안 경제신문을 보며 시나리오를 써보던 때엔 어떤 부분을 무시하고 이것과 저것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어도 하늘에서 조망하듯 그것들을 한눈에 읽을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많이 연구하고 써봤었는데 그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던 기분이 들었었다. 그때의 경험은 내게 크게 각인되어서 이런 걸 체계적으로 아이에게 체득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다 오십이 되어 다시 수학을 공부하면서 다시금 조금 더 공부하면 그런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수학은 공식이 아니라 이미지고, 변화를 위한 관찰과 관계를 엮어 새로운 창조를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예전에 신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벌주기 위해 바벨탑을 쌓는 인간들에게 서로 다른 언어를 쓰게 했다는 신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요즘 엉뚱하게 모든 인간들이 수학이라는 만국공통언어를 쓰게 된다면 다시 한번 바벨탑을 쌓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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