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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06. 2022

오늘

네가 이끄는 대로, 내가 이끄는 대로

오늘

내가 너를

데리고 가는 걸까


네가 나를

가야 할 곳으로

이끌고 있는 걸까


산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낸다는 것


오늘의 꽃은

오늘만큼

충분히

아름다워야 한다



새벽 4시 20분.

아이들 숨소리와 옆지기의 낮은 숨소리에 잠을 깼다. 아이들 깨기 전에 그림을 구상하고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잠시 누운 채로 얼굴을 마사지하고 손가락도 꼬물꼬물 발가락도 꼬물거리며 움직여본다.

그리고 나즈막히 속삭인다.


"오늘도 잘 부탁해."


되도록 아침마다 의식적으로 내 몸에게 감사하는 말을 건네준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처럼 내 몸에게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런 후 살짝 일어나 수첩에 앞으로 5년 동안 이룰 일들을 적고, 감사일기를 적는다.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적고 오늘 그릴 그림을 스케치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6시 20분.

신랑 출근 시간에 맞춰 아침을 준비한다. 매일 사과와 계란은 꼭 먹이고 국과 새 반찬 하나는 기본 반찬과 함께 준비한다.

그리고 배웅은 꼭 밖에까지 가서 한다.

그의 수고에 대한 작은 감사인사로.


김창옥 교수님의 말 중에 부부가 서로 사랑하려고 하지 말고 예의를 지키라는 말에 공감을 많이 했었다.

물론 이런 루틴은 교수님 강의를 듣기 전, 신혼 초부터 했던 일이라 벌써 9년이 넘게 해온 나만의 패턴이다.


오늘 사랑은, 오늘만큼 충분히 표현하려고 애쓴다.

우리에게 온전히 주어지는 시간은

단 하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 해야지, 내일 가야지, 내일 이룰 거야라는 말은 스스로를 속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삶은, 사실 오늘이 전부 인 게 아닐까?

오늘 이 시간, 오늘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의 나.

하루를 충실히 살지 않고서 어떻게 내일을 꿈꿀 수 있을까?


그렇게 오늘, 나는 그림을 그렸고 시를 썼고, 오픈 씨에 드디어 민팅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디즈니 nft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디지털 그림을 아크릴이나 유화로 다시 리터치 작업을 해서 연말 전시회를 준비해야 한다.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시들지 않는 꽃으로 사막을 건넌 스스로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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