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중간중간 햇살 있는 날은 끈끈한 습도도 견딜만하다. 끈적하게 불어오는 바람이라도 밖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결이 눅진하게 눌러앉은 끈끈함을 조금은 날려주기 때문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복숭아 잔털에 혹여 알레르기가 발생할까 봐 조심하고 경계하며 먹였었다. 요즘은 뽀드득 씻어주면 보드라운 속살에 입안 가득 달큼한 육즙에 빠져 이제 일인에 복숭아 하나는 우습게 먹곤 한다. 과일을 좋아하는 식구들은 장마가 더욱 달갑지가 않은데 맛도 떨어지고 습도에도 무르기도 잘 물러 멍도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엊그제 제주에서부터 북상한다는 장마구름을 하루치 앞서서 이것저것 종류별로 과일을 냉장고에 채워두었더니 마음도 든든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