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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ul 02. 2024

비가 온다면

비가 온다면

화단의 꽃들 사이로 

비가 내린다. 

도시 위 거미줄처럼 걸린

전깃줄 위로

커튼이 쳐진 창가 가장자리를 

도르르 돌아


어제의 이야기들이 

후두 후둑 

떨어진다


도, 도, 도, 도,

솔, 솔, 솔, 솔

아직 버리지 못한 마음들이 

잊혀지지 못한 노래가 되어 

흘러간다


도로 위 작은 동심원들 사이로 

도시가 흔들리며 

울고 있다


나는

조심히 발을 들어

파문이 이는 길 위를 걷는다



오랜만에 가만히 앉아 빗소리를 듣습니다. 

1층에서 듣는 소리와 3층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다릅니다. 화단 위로 떨어지는 소리와 도로 위를 구르는 소리,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들이 저마다 다른 음으로 흩어집니다. 오래된 먼지들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켜켜이 쌓인 오물들이 흐르는 빗물 속에 녹아들어 하수구를 거쳐 급류를 이루며 강으로 나아갑니다. 가슴 한 켠에 남겨둔 낡은 후회들을 꺼내 슬며시 빗속에 던지면 떨어지는 빗소리에 묻혀 하염없이 흘러갈 것만 같습니다. 비가 옵니다. 어제 눈이 빨갛게 울었던 사람들의 어깨 위로 오늘,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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