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 듣는 소리와 3층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다릅니다. 화단 위로 떨어지는 소리와 도로 위를 구르는 소리,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들이 저마다 다른 음으로 흩어집니다. 오래된 먼지들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켜켜이 쌓인 오물들이 흐르는 빗물 속에 녹아들어 하수구를 거쳐 급류를 이루며 강으로 나아갑니다. 가슴 한 켠에 남겨둔 낡은 후회들을 꺼내 슬며시 빗속에 던지면 떨어지는 빗소리에 묻혀 하염없이 흘러갈 것만 같습니다. 비가 옵니다. 어제 눈이 빨갛게 울었던 사람들의 어깨 위로 오늘, 비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