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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09. 2022

그곳에 가면

물음에 답해보자

그곳에 가면

그래,

가보자

내 눈이 닿지 않는 곳

하지만

지금과 이어진

그곳으로

발을 내디뎌보자


신이 묻는 질문에

매일 대답을

준비해보자


어디에 있느냐

어디로 가고 있느냐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하였느냐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오늘을

걸어보자



내가 스무 살에 생각했던 어른은 혼자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야지 억겁의 인연을 끊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슬픔 많은 곳으로 또 태어나 전생의 업을 채우고 비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무 살의 아픔의 크기만큼 언젠가는 다른 것으로 채워지게 된다. 스무 살의 영원할 것 같은 기쁨도 어느 날엔 왜 기뻤는지도 모르게 잊혔다.


사노 요코가 지은 "백만 번 산 고양이"라는 책이 있다. 그 고양이는 왕의 고양이였다가 장군의 고양이, 서커스 단장, 도둑의 고양이로 사랑받다가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항상 뭔가 삶을 심드렁하게 살아간다. 말 끝마다 백만 번째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모든 삶을 안다는 듯 말한다. 그러다 하얀 고양이를 만나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새끼 고양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다가 하얀 고양이가 죽자 백만 번  산 고양이도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최대한 현재를 재밌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어제 연휴를 맞아 시골집으로 내려왔다.

방죽 옆으로 코스모스 핀 산책길이 있는데 거기서 세 남자가 달리기 시합을 했다. 상품은 나와의 뽀뽀 3번이었다.

51살  큰 아들은 눈치가 빠른 건지 상품이 별로인 건지 달리기에 성의를 하나도 안보였다.

하지만 똥그란 7살. 6살 아들들은 황금 들녘  사잇길을 전력 질주하며 달려왔다.

이런 오늘이 있는데 다음 생인들 뭐가 부러울까 싶다.

지난날의 괴로움이 뭐가 대수였나 하는 마음도 든다.

오늘도 열심히, 오늘을 잘 살아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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