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무 살에 생각했던 어른은 혼자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야지 억겁의 인연을 끊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슬픔 많은 곳으로 또 태어나 전생의 업을 채우고 비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무 살의 아픔의 크기만큼 언젠가는 다른 것으로 채워지게 된다. 스무 살의 영원할 것 같은 기쁨도 어느 날엔 왜 기뻤는지도 모르게 잊혔다.
사노 요코가 지은 "백만 번 산 고양이"라는 책이 있다. 그 고양이는 왕의 고양이였다가 장군의 고양이, 서커스 단장, 도둑의 고양이로 사랑받다가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항상 뭔가 삶을 심드렁하게 살아간다. 말 끝마다 백만 번째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모든 삶을 안다는 듯 말한다. 그러다 하얀 고양이를 만나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새끼 고양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다가 하얀 고양이가 죽자 백만 번 산 고양이도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최대한 현재를 재밌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어제 연휴를 맞아 시골집으로 내려왔다.
방죽 옆으로 코스모스 핀 산책길이 있는데 거기서 세 남자가 달리기 시합을 했다. 상품은 나와의 뽀뽀 3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