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남들보다 늦게 아이를 키우며 항상 고민하는 게 있다. 우리 아들들에게 어떤 뒷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부분과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지이다.
나는 자신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폭력과 눈물과 순응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자랐었다. 동시에 나와 다르게 자신의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언니와 중학교까지 함께 방에서 생활했었다. 그래서 항상 지린내가 몸에 배어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자취하던 곳은 빈민가였다. 입학식 날 옆에서 짜장면 먹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와 방을 얻어 살았다.
정말 짜장면 먹은 중국집에서 처음 본 아이였다. 돈이 없어서 그나마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내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계기를 만난 것 같다.
고등학교까지만 보내줄 수 있다는 엄마의 말도 있었지만 은근한 아웃사이더로 고등학교 내내 책을 읽었던 게 오십 년을 살고 뒤돌아봤을 때 나에게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나름 문학소녀라고 문법 선생님이 예뻐해 주셔서 한 번은 한 시간을 친구들에게 책을 소개하라는 미션을 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소개했던 책이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나는 그때도 진정한 나비를 꿈꿨고 지금도 그림과 글을 통해 내 번데기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 뒷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인 내가 하루를 아주 충실히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하루하루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 말해준다. 아들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감동한다. 아이들도 자신의 하루에 대해 매일 감동하길 원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