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여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수는 제게 낯선 도시는 아니었어요. 20대의 저는 혼자서 주말마다 새벽기차를 타고 여수로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근무가 끝나고 느리게 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새벽의 쓸쓸한 시간을 덜컹거리며 건넜었습니다. 책도 읽고 잠도 자다 보면 일출 직전에 여수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제 막 깨어나는 아침, 싸늘한 역사 앞에서 마시는 밀크커피가 얼마나 달고 따뜻했던지 그 맛에 다시 새벽기차를 탔습니다.
그렇게 다녔던 여수를 20년 만에 신랑과 아이들과 다시 갔습니다. 맛있는 게장도 먹고 꽃게 빵도 먹고 가격이 사악한 딸기찹쌀떡도 샀지요. 아이들과 검은 모래 해변에서 부드럽게 스며드는 파도 소리도 듣고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습니다. 동백의 아름다운 그늘이 길을 만드는 오동도에서 아이들과 웃음꽃을 걸어두고 왔습니다.
혼자 왔던 그날의 바람소리를 오늘, 다시 들었지만 조금은 쓸쓸했던 바다의 노래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사랑스러운 소곤거림으로 물들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