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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ul 20. 2024

오늘, 여름의 푸른 노래

오늘, 여름의 푸른 노래

비 예보가 있는

오후 2시


구름이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하늘은 농도가 진해졌다

다시 흐려지며

후덥지근한 바람을 재촉해 댄다


가을의 비는

서늘한 파랑빛

겨울의 비는

창백한 회색빛

여름의 비는

끈적이는 암녹색빛


오후 2시

아직 초록을 다 채우지 못했는지

바람만 갈팡질팡하는

여름 한 낮



첫째가 태권도 캠프를 가는 대신 둘째와 아이스링크장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올 듯 말듯했지만 다행히 출발할 때는 오지 않아 아이의 스케이트 장비를 가지고 롯데 아이스링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한창 팔팔했던 30대에 인라인과 스케이트를 종종 탔었지만 아이를 낳고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으니 거의 20년 만에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더군다나 처음 타보는 7살 아이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치면서 타야 했기 때문에 중심도 못 잡으면 모처럼의 데이트가 망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혼자 긴장하며 아이스링크장에 도착했습니다. 


장갑과 양말을 실수로 안 가지고 가는 바람에 모두 구입한 후 드디어 하얗게 미끌거리는 빙판 위로 올라섰습니다. 몸으로 한 행동은 언제든 다시 복기가 되는지 다행히 50이 넘은 나의 몸은 20년 전에 빙판을 누비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시간가량을 둘째를 데리고 링크를 돌았는데 역시나 처음 타는지라 자꾸 발이 꼬이는 둘째를 잡고 중심을 잡느라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근육통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처음 타는 스케이트를 엄마와 함께 했다는 걸 둘째가 성인이 돼서도 기억해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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