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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소나기

by 이혜연
오후 3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소나기

내내 후덥지근하게 공기를 누르고 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쏴아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언제고 올 수 있었던 소나기지만 준비 없이 맞는 일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 시간에는 아주 맑을 거란 예보까지 있었기에 마음이 더 황망해진다. 요즘 그런 소나기를 맞는 날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맑을 거라는 예보는 스스로가 지어낸 거짓 예언이었을까, 아님 비가 그만큼 쏟아졌으니 하늘이 말랐을 거라는 어설픈 예측이었을까... 밤새 빗소리에 깊은 잠을 잘 수도 없는데 훤한 대낮에도 도둑처럼 소나기가 쏟아진다. 어차피 모여든 구름들은 비를 다 쏟아낸 다음에라야 가벼운 몸짓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으리라. 기다리는 버스가 지연돼서 정류장 한편에서 소나기를 맞고 있다고, 기다리는 버스는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싶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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