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아침 일찍 미술관으로 가자고 약속해 놓은 탓에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 그림을 그리는데도 연신 등줄기에 뜨거운 땀이 흘러내립니다. 창을 열면 좀 나을까 해서 활짝 열어보았지만 텅 빈 거리, 묵직하고 텁텁한 열기가 어디로 가지도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건지 바람 한 점 없는 거리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맞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숨 쉬기가 조금 쉬울 것 같은데 펼쳐 놓은 종이들마저 들 힘이 없는지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한 해 한해 커가는 아이들만큼 저 또한 해마다 조금씩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곤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날씨에는 온몸의 땀구멍이 열려 버린 듯 힘든 시간이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서둘러 그림을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술관으로 가서 전시를 관람했는데 큰 아이가 컸다고 제법 진지하게 감상하는 모습에 대견함이 몰려왔습니다. 엄마와 함께 전철을 타고,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달콤한 후식까지 먹은 아이들의 볼이 발그레하게 상기되었습니다. 그리고선 제 손을 잡으며 "엄마, 오늘 진짜 행복해요."라고 말해주는 순간 저 또한 감사함과 행복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지치게 했던 땀도 가라앉고, 주저앉어버릴 것 같던 무릎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오늘도 잘 살았구나, 안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