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이 없더라도 도로 위, 노란 신호등을 마주치면 그대로 신호를 받아 지나가고 싶어 진다. 빨간 불을 마주치지 않고 달리는 길은 어쩐지 인생도 탄탄대로일 것 같아 콧노래가 나올 때도 있다. 작은 일들에 마음을 기울이고 내일을 기대하는 탓에 아무 개연성 없는 일에 그날의 운을 점치기도 하고 별것 없는 것들에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급할 때 두 번 연속 내 앞에서 빨간불이 켜질 때, 차선을 바꿔야 하는데 고집스레 틈을 주지 않는 일이 생길 때, '오늘 왜 이리지'에서 '요즘 운이 안 좋네'까지 마음이 흘러가면 별게 아닌 게 별것이 되어 내가 온 길들을 되짚으며 부스러기 오점부터 작은 상처들까지 훑어보게 된다. 그렇게 늦은 밤 자책까지 하고 나서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체념과 함께 겪어야 할 것 들은 겪어야 하고 어떤 일들은 미련 없이 보내주어야 한다는 걸 깨닫곤 한다. 어제의 시간과 함께 늦은 후회도 어두운 밤 속으로 묻혔음을 깨닫게 될 때쯤 오늘의 태양이 떠올라 새로운 길을 열어줄 거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