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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네게 나를 던진 거야.

by 이혜연
난 그냥 네게 나를 던진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절대 타임머신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발명된다 해도 20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정말 그때는 너무 목이 말랐고 가슴이 미어터졌으며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듯 몸이 무거웠었다. 그럼에도 매일 웃어야 했다. 나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사람이 모두의 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는 듯했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스스로의 주문이 필요해서 마냥 웃었던 날들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올림픽공원 물놀이장에 매일 9시 30분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대기를 했다가 선착순 500명 안으로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오후 5시까지 지치지도 않고 물속에서 여름을 즐긴다. 엄마인 나는 몽골식 천막의 그늘을 위안 삼아 보냉가방에 얼음물과 얼려놓은 음료수, 과일들을 채우고 과자와 먹을거리를 준비하며 기다린다. 곳곳에 부모들이 나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해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연신 닦으며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물놀이장에 책임자분이 DJ역할을 해주시고 계신다. 고생하는 부모들을 위해 어른들의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틀어주시고, 사연도 읽어주시고, 개인적인 경험담도 이야기해 주셔서 공감도 되고 웃음도 나고 추억도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지겹지 않다. 같은 연배의 사람들이 많은지 우리의 20대, 30대의 노래가 하루종일 올림픽 공원 평화의 광장에 울려 퍼진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와 하여가들이 울려 퍼지는 그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나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도 했다. 그래서인지 되지도 않는 어설픈 장단에 온몸을 들썩이며 혼자서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된다.


"너를 볼 때마다 내겐

가슴이 떨리는 그 느낌이 있었지

난 그냥 네게 나를 던진 거야

예이 예이 예이 예

나 홀로 있을 때조차 너를 기다린다는 설렘에

언제나 기쁘게 마음을 가졌던 거야

예이 예이 예이 예이 예~~"


힘들었던 그 시절에도 돌아보면 혼자 짝사랑도 했고, 썸도 탔고, 너에게 나를 던져보고 싶었던 지나간 인연들이 있었던지라 뜨거운 여름날, 혼자 아이들을 기다리며 다리를 들썩들썩 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 시절, 그 노래가 마치 어제 일처럼, 그때의 나처럼, 다시 낯선 사랑을 꿈꾸게 하고 되지도 않는 일들을 상상하게 해서 얼굴을 붉히게 된다.

이게 무신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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