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세세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눌 때 헤매지 않을 만큼 공유하고 있는 모든 대화들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그렇기에 살인적인 더위에도 얄궂은 그늘하나에 기대어 너희들의 유희시간을 응원하고 즐거운 놀이시간을 채워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어 행복하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방과 후 수업이 오후 1시부터 시작하고 태권도 학원도 개강해서 홀로, 오롯이 나 혼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주어짐에 주체할 수 없는 가벼움과 행복을 느낀다. 뜨거운 여름날, 시들어가는 모든 식물들에게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막혀버린 변기가 뻥 뚫린 것처럼, 나 혼자 고요히 오후의 느지막한 게으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너희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나 많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