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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여름은

by 이혜연
여름은, 여름은

생애 가장 뜨거웠던 날

지는 낙엽도 없고

부스럭거리는 떨림도 없었는데

나무에서

푸르디푸른 저 녹음 어디에서


긴 기다림 끝

아주 짧은 만남 후에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어느 하루가 끝나고


매미가 땅으로

떨어졌다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무심한 발자국 하나 없지만


내년 여름이 시작될 때쯤

오늘 같은 매미의

열렬한 사랑의 노래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삶의 노래를


또다시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그의 약속을 믿기로 하자



새벽에도 시원한 기색이 없이 목을 죄어오는 열기로 힘든 날들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곳, 그늘이 사라진 시간은 견디기가 어려운 여름 한가운데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뜨거운 거리를 가로질러 가는데 보도블록 가운데 매미들이 하나, 둘 뒹굴고 있었습니다. 벌써 가는 건가. 그렇게 오랜 기다림의 끝이 이렇게 짧은 이별로 맺음 하는 게 어쩐지 억울하고 서글퍼서 자전거를 세우고 메마른 땅에 작은 구덩이 만들어 마지막 쉼을 쉴 수 있도록 묻어주고 돌아섰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입니다. 그 열기 속에서 생은 무심히 자신의 시간에 맞춰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이 가기 전,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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