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물놀이장에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할 때만 해도 오후 1시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예정보다 2시간 먼저 내려 물놀이장은 이래저래 물바다가 되었지요. 덕분에 아이들은 더 신나 하고 재밌어하는 듯싶었습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감상하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지만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오는 날은 추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쯤 아주 커다란 태풍으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같은 동네 친구들끼리 기러기처럼 서로 돌아가며 앞에 서서 비를 맞아주며 집까지 걸어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명이서 한 줄을 만들어 일정 시간 동안 맨 앞에서 비와 바람을 맞아주면 뒤따르는 세명의 아이들이 조금은 수월하게 태풍 속을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머리와 얼굴로 아플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지고 책임감으로 웅장해지는 경험을 그때 했습니다. 오늘처럼 갑작스러운 바람과 비가 쏟아지는 날, 오롯이 홀로 그 많은 비와 바람을 맞으며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을 옛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