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여름의 끝에

by 이혜연

화염처럼 불타는 거리에

환각처럼 이글거리는 도로 위의 오아시스들이


달아나는 자동차 바퀴에 잘리며

그것은 길이 아니라 허상이라는

그저 목마른 기다림이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리라


타들어 가는 목구멍으로

환한 빛들이 탐욕스럽게 들이쳐

남은 물기마저 다 날려버린 채

매몰차게 다시 길 위로 몰아세우면


텅 빈 골목에서 마주치게 되는

저 태양을

비껴갈 방법이 있을까


단내 나는 이 여름 끝에

과연 남겨질 가을이 있는 걸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복에 복을 더해주시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