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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17. 2024

그래, 하루!


매번 반복되는 하루.

그 시작은 분명 불확실성에 있는듯하다.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예측 가능한 일만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오늘이다. 날고 싶지만 저 끝이 두려워 매번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확실한 게 없는 삶에서 흔들리지 않고 뚜렷이, 넘어지지 않고 어떤 것을 이루려는  헛된 욕심일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이 심심한 하루가 요즘처럼 그리운 적이 없다. 무례한 사람을 만났고 이상한 사람을 만나더니 오늘은 도둑을 만났다. 토요일마다 아르바이트하는 병원에서, 퇴근하려고 직원 사물함 쪽에 둔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부원장님께 그 일을 이야기했더니 최근 입원한 분이 오고 나서 세 번째 분실사건이라고 하셨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며 난감해하셨다. 로비의 CCTV를 돌려봤지만 역시나 가방을 들고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카드분실신고를 하고 신분증 분실신고는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평소 가방엔 이렇다 할 귀중품을 들고 다니진 않으니 물질적 손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 그림으로 만든 가방과 좋아하는 공방에서 만든 카드지갑, 인적사항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린 게 못내 속상하다. 평온했던, 내내 그날이 그날이었던 날들이었는데 요즘은 잔잔한 일상에 예상치 못한 풍랑이 일고 있다. 이제 그만 평이했던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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