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주체할 수 없는 열기로 허덕이던 날들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났는지 숨 쉬는 중간중간 그 틈만큼이나 가느다란 바람이 분다. 물밖에 내동댕이쳐진 물고기에게 이슬비가 내리듯, 갇힌 공간에서 손톱만큼 벌어진 창틈 사이로 가뿐 숨을 쉬듯 작은 변화에 촉각을 세웠다.
평소 안 가보던 길을 빙 에둘러 자전거를 타고 롤러장에 왔다. 지난 번에 한 번 타본 경험이 있을 뿐인데도 아이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부쩍 늘어나있어 신기했다. 신나게 3시간을 놀고도 지치지 않고 다시 서점으로 가서 서로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어제와 아주 조금 다른 곳, 낯선 경험, 아주 미세한 차이의 저녁 식사. 이렇게 작디작은 일들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색다른 환희로 가득 차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