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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09. 2024

노란 꽃이 있는 초록 방


도시 한 복판

길가 쪽 대문을 둔 채

작은 화단을 끼고 계단을 올라

집으로 들어선다 


이사를 하며 

햇살 좋은 방 하나

내 방이 될 거라는 

설렘도 컸었지


하지만 책상이 들어오기 무섭게 

아이들 책이 들어오고

새벽녘에도 엄마 빈자리를 찾아

눈 비비고 오는 아이들로 

나만의 공간은 사라져 버렸다


읽고 싶은 책을 두고 

좋아하는 꽃을 매일 바꿔서 꽂아두며 

창도 활짝 열고 

좋아하는 노래도 크게 부르게 될 줄 알았는데 


어딜 가든 

오롯이 혼자는 될 수가 없구나


마음 한구석 여린 커튼을 치고 

향기롭고 화려한 

노란 꽃 화병을 채워둔

작은 방 하나 


그곳에서 잠깐 쉬어볼까나



너무 일찍 기대해 버린 건지 여름이 갈듯 하더니 다시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는 듯, 한 낮이 견디기 어려운 날들입니다. 아침 일찍 텃밭에 가보니 이번엔 씨앗들이 많이 싹을 틔웠더라고요. 옮겨 심은 상추와 배추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서 기분 좋게 물을 흠뻑 주고 돌아왔습니다. 


벌써 다음 주가 추석이라서 요즘은 집안 청소도 틈틈이 합니다. 어제는 이불빨래만 3번을 하고 아이들 빨래까지 하면 5번을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이번 추석은 시댁식구 모두 저희 집으로 오기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해둬야 할 게 많습니다. 그렇게 오전 일을 끝내고 점심 때는 깍두기와 열무김치를 담갔습니다. 아무리 외식을 한다고 해도 김치가 없는 밥상을 생각할 수는 없으니까요. 묵혀둔 새우젓도 있고 멸치젓도 담가둔 게 있어서 사과와 배를 갈고 양념도 넉넉히 해서 담가두니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둘째와 새마을 문고에 가서 책을 읽다가 태권도 도장에 데려다주고 나니 액자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물감작업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추석 전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네요. 


어디 작은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혼자 콧노래 흥얼거리며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추석을 기대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지금은 추석맞이 준비가 우선이겠죠? 더운 날씨에 모두 건강조심하세요. 

말과 태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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