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지간하다는 말이 툭툭 불만스럽게 튀어나올 정도로 늦더위가 기승입니다. 왕복 1시간을 달려 겨우 십여분 땅이 흥건해질 정도로 텃밭에 물을 주고 오는 수고를 하는 건 아마도 생명을 기른다는 애틋함과 기대감, 그리고 오직 내 손길이 주는 생명력으로 성장하게 되는 그네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 등교시키자마자 자전거 페달을 밟고 여름 내 달려준 덕분에 임신부 같던 배가 조금씩 부피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텃밭에 물을 주고 오면서 커피숍에 들어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립니다. 새벽 4시에 소재를 찾고 스케치를 해 둔 다음 아이들 등교시간에 마무리를 하는 패턴입니다. 오늘도 카페에 전시된 그림 한 점이 소중한 인연과 함께 제 곁을 떠나갔습니다. 아이들 하교시간에 포장을 하고 선물로 제가 만든 컵을 드렸지요. 정말 감사한 인연입니다.
둘째와 함께 새마을 문고에서 책을 읽는데 세입자분이 카톡으로 닭볶음탕을 먹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가게 근처에 친구가 닭볶음탕 집을 새로 열었는데 맛있어서 생각난 김에 가져다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괜찮다고, 다른 분들과 드시라고 해도 기어이 현관에 두고 가셔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예정입니다.
더운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아 힘들긴 해도 이런 사랑스러운 마음들이 얼룩진 마음의 때를 깨끗이 씻어주는 것 같아 감사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