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Sep 23. 2024

폐허의 축적

폐허의  축적

어제의 것들 속에 

묵혀있던 마음들이

살이 되지 못하고

비듬처럼 어깨 위로 쏟아진다


그토록 간절했던 것들은

무심한 발걸음에 채인채

덜커덕덜커덕

빈 바람에 흔들린다


무엇을 기도했던가

불타는 태양을 향해

뜨겁게 갈구했던 모든 것들이

낡은 껍질이 되어

폐허 위로 축적된다


가을이다




요즘 심심찮게 길 위로 노란 은행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너무 뜨거웠던 여름엔 하늘을 올려다보기 싫을 정도였습다. 마치 축 처진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날들이 다행히 지나가주었습니다. 


요즘은 높아진 하늘과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기쁨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선선한 바람이 살을 스치며 지나가면 '가을이다', '가을이구나', '드디어 왔구나' 하다가도, 한편으론 벌써 가을이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아무것도 쌓은 것 없는 날들 위로 가벼운 먼지 바람만 어지럽게 시야를 가릴까 두려워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