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심찮게 길 위로 노란 은행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너무 뜨거웠던 여름엔 하늘을 올려다보기 싫을 정도였습다. 마치 축 처진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날들이 다행히 지나가주었습니다.
요즘은 높아진 하늘과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기쁨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선선한 바람이 살을 스치며 지나가면 '가을이다', '가을이구나', '드디어 왔구나' 하다가도, 한편으론 벌써 가을이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아무것도 쌓은 것 없는 날들 위로 가벼운 먼지 바람만 어지럽게 시야를 가릴까 두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