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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29. 2024

유영하는 삶

가을만 바라고 갈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평하는 사이 볕 많은 나뭇가지 끝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단풍이 물들어 있었다. 빨간, 노란 잎들과 틈사이가 벌어진 나무 가지들, 그 틈바구니로 훌쩍 높아진 파란 하늘에 흰 구름들이 헤엄치고 있다.


어젠 옥상에 평상과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고기도 구워 먹고 과자파티도 다. 텐트에 누우면 밤하늘을 떠다니는 구름들이 보이는데 낮에 파란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 난다.

낮의 파란 하늘이 강이라면 밤의 어둠 속에 떠 있는 구름들은 우물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난다. 덕분에 나도 까만 우물 속에 들어앉아 저 위를 거슬러 올라가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상상력이 커져갔다.


서울 한복판이라도 옥상은 좀 더 차갑고 고요하며 먼 곳을 볼 수 있는 시선을 허락해 주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야광봉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롯데타워의 불빛들이 별들을 대신해 밤을 빛내고 있고, 선선한 바람의 물결이 검은 우물 속에 파문을 일으키며 흐르는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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