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마른 풀잎이 버석거리는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며
여윈 풀벌레들을 위로하고
노랗게 차오른 들녘은
한껏 고개를 숙인 채 떠나가야 할 때를 기다리는
생명들 가운데 서서
바스락바스락 바람을 흩트리고 있습니다.
가을은 응당 있어야 할 곳에 먼저 와
거두고 채운 후
텅 비어둔 채로 쓸쓸히
바람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그러니 지나간 것들이 가야 할 곳으로
허무한 그림자들이 쉬어갈 수 있게
서글픈 그들을
방향을 잃은 그네들을 일으켜
푸른 초장으로 이끄소서
서늘한 가을이 지나
다시금 겨울이 올 테니
그들을 당신의 품에서 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