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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30. 2024

푸른 초장으로 나를 이끄소서


주여.

마른 풀잎이 버석거리는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며 

여윈 풀벌레들을 위로하고 


노랗게 차오른 들녘은

한껏 고개를 숙인 채 떠나가야 할 때를 기다리는 

 생명들 가운데 서서

바스락바스락 바람을 흩트리고 있습니다. 


가을은 응당 있어야 할 곳에 먼저 와 

거두고 채운 후 

텅 비어둔 채로 쓸쓸히 

바람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그러니 지나간 것들이 가야 할 곳으로 

허무한 그림자들이 쉬어갈 수 있게 

서글픈 그들을

방향을 잃은 그네들을 일으켜

푸른 초장으로 이끄소서


서늘한 가을이 지나 

다시금 겨울이 올 테니 

그들을 당신의 품에서 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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