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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에 이르렀니?

by 이혜연
평안에 이르렀니?

주말을 지난 월요일.

직장인이었다면 분명 월요병으로 아침이 시작되는 게 겁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월요일은 평안함에 이르는 관문과 같은 날이다. 비로소 홀로 있음이 가능하고, 혼자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내게 주어지는 시간이다. 멍하니 있어도 좋았지만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하기로 해서 아이들 등교시킨 후 바로 석촌호수로 갔다.


십 대 때부터 빈혈이 심해서 잘 뛰지 못했기에 폐활량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래서 뛸 수 있는 만큼 뛰고 자주 걸으며 호수를 한 바퀴 돈 다음 근력운동을 하고 황톳길을 걸었다. 석촌호수 주변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황톳길은 산뜻한 차가움과 부드러운 샤벳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포근하게 지려밟은 길 주위로 막 깨어난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 위로 윤슬이 아름다웠고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는 벚꽃나무의 단풍이 색색의 가을을 기대하게 했다. 작은 기쁨들이, 편안한 기대들이 나를 평안으로 이끄는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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