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크면서 이제 엄마 아빠랑 노는 것보다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때가 온 듯하다. 주말이면 아침 10시부터 큰 애 친구들이 현관에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그럼 신나서 엄마 아빠와의 다른 스케줄을 뒤로 미루고 친구들과 함께 뛰쳐나가는 요즘이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고 태권도 학원이나 피아노 학원이 겹치는 친구들은 종종 저녁때까지 함께 어울려 놀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의 품을 떠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한 편으론 섭섭하고 또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점점 짧아질 것 같으니 더 알뜰히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석촌호수에서 발레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10월 17일~20일까지 다양한 단체에서 무료 공연을 하는데 어제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공연을 펼쳐줬다. 하늘하늘한 옷들이 검은 호수와 그 위로 반짝이는 롯데타워의 불빛과 함께 음악 위를 사뿐사뿐 날아오르며 가을밤을 수놓고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발레 공연이 신기하기도 하고, 늦은 밤에 엄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한 것 같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엔 모두가 가시를 세우며 서로를 바라보거나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움츠리고 경계했다면 지금은 서로의 어깨가 맞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피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조금 추워진 가을밤. 호수 공원 한 자락에 서로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준 채 아름다운 몸짓으로 노래하는 공연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