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무엇이든 새로 난 것들이 지천이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이번엔 나도 새로워질 수 있을 거라 홀로 가슴만 둥둥 떠 허방질을 하며 걸었습니다. 여름은 세상이 너무 뜨거워 나도 무언가 열을 내며 해보려 해도 도저히 기운이 다하지 못하여 허덕이며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홀로 걷는 길 위로 시간은 흘러가고 바람은 차가워져 낙엽이 하나씩 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전 살았던 온도 그대로, 어느 것은 빨갛게 타올라 떨어지고 어떤 것은 따스하게 익어 낙화하고 미처 타오르지 못한 것들은 새파랗게 식어서 떨어졌습니다. 어느새 나도 가을 앞에 서 있습니다. 길은 끝없이 이어져있지만 가야 할 길도 지나온 길도 모두 낙엽에 방향을 잃었지요.
가슴에 품고 있던 철새는 이제 그만 놓아줘야 추운 겨울을 지낼 따뜻한 남녘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새에게 겨울을 지나 다시 봄으로 나아갈 길을 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