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는 밤

by 이혜연
가을이 익어가는 밤

새벽바람에 어깨가 움츠려 들고 무릎이 시린 날이 왔습니다. 색색의 단풍이 바스러져 한 줌 바람에도 흩트려지고 늙은 나뭇잎들위로 하얀 서리가 앉아 이제는 많은 날들이 지나갔음을 이야기하는듯합니다. 인사동 전시가 목요일부터 있었는데 아이들 행사가 여럿 겹치면서 가지 못하다가 마지막 날인 내일은 아이들과 함께 인사동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가을이어 서그런지 여기저기 축제도 많고 더불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람도 좋고 햇살도 시원한 그런 날들에 마음 한편에 더 많은 이야기를 쌓아두는 것이 곳간에 쌀 쌓아두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을 실감합니다. 그래야 길고 긴 우리의 겨울날들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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