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혼자서 방과 후도 가고 태권도 학원도 학교 바로 앞이라 함께 손잡고 다니면서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그래서 몇 군데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월차 쓸 때마다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며칠씩 오전 전 9시~12시 30분까지 일을 하게 되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자전거로 25분 정도 걸리는 곳에서 하다 보니 왔다 갔다 운동도 되고 재밌게 일했는데 그럼에도 피곤했는지 감기가 왔다.
어떤 박사가 "육아의 최종목표는 홀로 서는 인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이를 낳기 전부터 생각한 원칙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어릴 때부터 머리 감기는 물론 집안 정리하기,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기, 건조기에서 빨래 가져와 개기, 신발정리등을 아이들 경제활동이란 이름으로 표를 만들어 스티커를 부쳐 스스로 할 수 있게 습관을 형성해 주고 있다. 그래서 저녁 6시 30분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30분 정도 혼자 공부를 한다. 그리고 일기를 쓰고 밤 9시가 되면 다리마사지와 함께 책을 한 권 읽고 이야기하다 잠이 드는 걸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8살, 9살이 되니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줄 알고 스스로 알아서 한다.
그런 습관이 감기몸살에 걸린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손가락 하나 들기 힘든 때에 첫째는 설거지를 하고 쌀도 깔끔하게 씻어 아침에 바로 밥을 할 수 있게 준비해두고 있다. 연속 3일째, 음식물 쓰레기며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해 놓는 모습이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예전엔 행복이란 것이 뭔가를 채워야만 혹은, 가지고 싶은 것들을 소유해야만 완성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들을 공유하며 이해받고 사랑을 나누는 것임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