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위로

복잡하게 얽힌 생각 위로 

문득 불어오는 바람

속이 답답해서 

가슴을 쥐어짜며 숨이 가빠져올 때

창 너머 시리고 퍼렇게 

맑은 겨울 하늘

쓰러질 듯 위태로운 존재의 가벼움에 

갈 곳 없이 서성일 때

살아서 걷는 모든 걸음들이 

거기 그대로 나를 따라오고 있음을 깨우쳐주는 

하얀 눈 위의 발자국들

펄펄 끓는 백도가 아니어도 

심심할 정도로 미지근한 

체온만큼의 온기에도 

눈꽃이 따뜻한 눈물이 되어

갈증을 없애주는 날들

하얀 눈이 오는

겨울, 당신이 그리워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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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폭설이 대수겠는가 아니면 출근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시름이 와닿겠는가. 아이들은 눈 오는 오늘이 너무나 즐겁다. 먹네 마네 허구한 날 싸우는 아침밥시간에도 게눈 감추듯 밥을 해치우고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날듯이 계단을 뛰어나간다. 골목 가장자리 눈이 쌓인 곳을 두 아이를 태우고 눈썰매를 끌어준다. 눈이 올 때마다 매해 아이들을 눈썰매 태워 등교를 시키곤 했다. 엄마의 작은 이벤트는 언제나 성공적이어서 둘째 웃음소리에 골목이 꽉 찼다. 네가 즐거우면 팔불출처럼 내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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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텃밭을 할 때 친구들에게 이번 김장은 내가 손수 농사지은 것들로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뱉어놓은 말도 있고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실패할지언정 끝을 보는 성격인지라 추워지기 전 텃밭에서 당근, 무, 배추, 파를 뽑아 와 김장을 했다. 아침부터 황태, 대추, 무, 멸치등을 넣고 끓은 육수에 갖은양념을 하고 직접 담근 멸치액젓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췄다. 김장을 하다 보면 사 먹는 게 훨씬 저렴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손수 만드는 수고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주는 엄마의 유산 같은 것일 것이다. 언젠가 이런 맛을 내는 김치가 생각날 것이다. 고향이 그리울 때,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누군가 어루만져줬으면 하고 바랄 때, 홀로 있음이 외롭지 않으며 혼자 있어도 누군가 네 뒤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질 때 그때 그리운 엄마의 손맛이 떠오르기를 기도하며 만들었다. 이로서 월동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