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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Nov 27. 2024

그래서 그랬어

그래서 그랬어 

새벽, 아직 조그마한 불빛도 없던 시간. 

왜인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바깥 풍경이 궁금해 창을 열었더니 

알싸하게 차가운 기운이 먼저 창턱을 넘어오고 

다음엔 까만 어둠이 밀려왔지. 

그 어둠 끝에 나비처럼 팔랑이는 올해 첫눈이 오고 있었어. 

어디서부터 오는지도 모르는 하얀 눈송이들이 

창밖을 서성이며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들에게 속삭이고 있었어. 

그래서 그랬어. 

깊은 호수 밑바닥으로 손을 집어넣듯이 

새벽의 어둠 깊숙이 손을 뻗어보았지. 

작고 투명한 송사리 떼 같은 눈들이 

손가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내게 닿으면 쓱 스며들었어. 

겨울이 왔다고. 

드디어, 다시 만났다고.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학교 후문으로 데려다주는데 놀이터가 흰 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신난 아이들은 엄마가 출근을 하든 말든, 가방을 등에 매단 채 바로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꺄르륵거립니다. 이른 아침 놀이터가 온전히 우리 두 아이 것이 되었지요. 오늘 아침은 눈으로 가득 찬 놀이터를 만난 것만으로도 하루의 행복 중 절반을 채워진 것 같습니다.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지 않는데 함박눈으로 내린 첫눈의 풍경을 보고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요? 이런 날은 무조건 커다란 통창에 앉아 하얀 눈을 이고 서있는 겨울나무가 보이는 곳에 앉아야 하는데 역시나 뭘쫌 아는 분들이 벌써 창가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물러서 앉았는데도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날에 예쁜 까페라떼 한 잔 정도는 마셔줘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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