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Dec 02. 2024

돌아갈래

돌아갈래 

한 가지에 나도 모양이 모두 제각각인 은행나무처럼 부모가 같아도 형제들의 성격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첫째는 의젓하고 객관적인 반면 둘째는 실수투성이에 애교도 많고 감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남자아이지만 성향이 정말 다른데 둘째는 유독 감성이 발달해서 생각지도 않은 말들을 종종 합니다. 어제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제게 다가와 뜬금없이 "엄마가 돌아가시면 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놨어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하고 물으니 "엄마가 돌아가도 난 엄마를 방안에 둘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유난히 엄마에 대한 애착이 많은 둘째는 죽더라도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인 것 같아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래서 웃으며 "그렇게 되면 방에서 냄새 엄청나."라고 말하며 "돌아간다는 말은 다시 자연 상태로 돼서 다른 어떤 걸로 태어날 수 있다는 거야. 엄마가 뭘로 태어났으면 좋겠어?"하고 물으니 잠시 생각하던 둘째는 "새"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엄마는 새로 다시 태어나서 윤우를 지켜볼게."그랬더니 둘째 왈. "엄마가 새로 태어나면 나도 아기새로 태어나고 형도 형아새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 함께 살자." 하더라고요. 그런 둘째가 예뻐서 힘껏 껴안아 주었습니다. 


무지막지한 첫눈에 거리에는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습니다. 노란 별들이 떨어지는 것 같은 모습의 은행나무잎도 흉물스럽게 빗물에 짓이겨져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 노란 나비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