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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by 이혜연
충전

바람이 시린 날은 모자 하나만 써도

온몸이 따뜻해져 온다.

시린 손이 얼얼할 때는

고사리 같이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만 있어도

가슴 전체가 포근해져 오고,

살얼음 판 같은 오늘이 끝나갈 때면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은 발끝이 간질간질 녹아져 온다.

따스함을 충전하기 위해 겨울이 있다.

안으로 농축된 그 사랑이 봄이 되어 꽃이 피는 것일 뿐

얼어있는 모든 것들 안에

이미 사랑이 가득가득 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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