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오면 첫눈처럼 반가운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올림픽 공원 눈썰매장입니다. 여름엔 수영장, 겨울엔 눈썰매장이 개장하는데 오늘, 그 첫날입니다. 아이들과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싸서 자전거를 타고 도착하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입장시간까지 50여분을 기다리고 들어섰을 때 아이들은 겨울 한가운데로, 늘근 어미는 북풍한설을 조금이라도 막아주는 휴게실로 뛰어갔습니다.
따뜻한 것이 좋은 엄마와 추운 것도 상관없는 아이들이 각자의 겨울 속으로 스며듭니다. 눈이 안 오는 겨울, 억지로 만든 녹다만 눈조각에도 아이들은 신나게 눈썰매를 탑니다. 자꾸 녹아내리는 눈언덕에는 눈싸움도 한참입니다. 아침밥을 먹고 밤이 늦도록 놀아도 아이들은 이 겨울이 춥지 않나 봅니다. 언젠가 잊어버린 시간 저편에서의 어린 나도 그렇게 신나게 겨울을 보냈었는데 지금은 굴을 파고 들어앉아 겨울잠을 자야 하는 동물이 된 것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널브러져 있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 귀퉁이 한 곳에서라도 지켜봐 줘야 아이들의 겨울이 더 생생하게 활어처럼 팔딱이겠지요. 세월이 지워버린 그 즐거웠던 추위를 이제 아이들의 시간으로 채워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