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시작한 이후로 엄마인 나의 시간은 아이들의 분침과 시침 위에 올려진 채 부유하고 있다. 외로울 틈도 없이 이곳저곳을 자전거로 혹은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아침 일찍 밥을 먹으면 1시간 정도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10시부터는 눈썰매장으로 출근하는 중이다. 한겨울 찬바람도 놀겠다는 의지로 하루를 불태우는 아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주보다 추워진 날씨에 인공눈들도 제법 쌓여있어서 겨울 아이들은 그곳에 삼삼오오 모여 얼음성을 쌓으며 보낸다. 눈을 긁어 벽돌을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점심때쯤엔 산성처럼 기다랗게 형태를 이룬다. 아이들의 겨울이 완성되는 시간이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그렇게 단순한 일들을 저렇게 몰두하며 놀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성을 쌓거나 눈싸움을 하지 않는 나는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 사이이에 서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자작나무 숲을 상상하곤 한다. 눈의 병사처럼 곧게 서있는 자작나무 숲에 서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하얀 발걸음을 옮겨보고 싶다. 소리도 없이 너무나 고요하게 그곳에 있고 싶다.